2024년 갑진년 새해 소원 성취하시길 기원합니다. 1월 1일 새해 첫 맨발 등산했습니다. 12월 31일 밤 23년 새해 첫날 모 했나 생각해 보니까 4년 지기 친구 같은 백운봉이 떠올랐고 저를 부르는 듯했습니다. 그래서 1월 1일 오전 11시경 들머리 '용문산 자연휴양림' 앞에 섰습니다. 양평까지 오는 길 내내 안개인 듯 구름인 듯 짙게 깔려 있었고, 하늘만 열린다면 멋진 경치 담겠구나 싶었습니다. 하지만 가보고 올라봐야 알 수 있는 것이겠지만요


네비 : 용문산 자연휴양림, 무료주차 10대 정도 가능하지만 주말은 늦으면 주차 불가
다행히 주차 공간 남아 있고, 준비 운동하듯 천천히 오릅니다. 역시 오기를 잘했다 싶었습니다.


와아, 됐어 됐어~ 멋진 경치 볼 수 있겠다. 신이 났습니다


집에서 출발할 때 맨발 생각했었습니다.
"등산로 상태 본다. 맨발 조금만 하다가, 너무 시리고 아프면 바로 멈추고, 등산화 착용하고 오르다가 정상에 쌓인 눈에 푹 발 담근다. 끝"
이것이 평소 제가 말하던 뇌를 속이는 방법, 편도체의 저항을 회피하는 전략입니다.
그리고 4년간 함께 한 백운봉 정상의 멋진 추억, 경치만을 상상하며 왔습니다.
우리는 어떠한 형태든 도전 앞에서 '투쟁 도피 반응'을 보입니다.
싸울 것이냐, 도망 칠 것이냐! 저도 과거에는 편안하게 쉬자, 도피 반응 위주의 삶을 살았습니다
하지만 역시나 막상 나오면 생각이 달라지고, 맨발로 걷다 보면 조금더 하고 싶은 마음이 강해집니다
네, 그렇게 한 발 한 발 24년 1월 1일 갑진년 새해 첫날, 얼음 위를 걸어 맨발로 백운봉 정상에 오르게 됐습니다.


영하 8도에서도 맨발 달리기 했었고, 겨울 맨발 경험이 있으니 머뭇거림은 없었습니다.
'조금만 하는 거야, 너무 차갑고 아리면 바로 등산화 신을 거야 ~!'
주차장에서 19분 경과, 고도 140미터 올린 지점에서 맨발이 되었습니다. 가 보자~!
눈과 얼음으로 뒤 덮여 있으니, 등산 스틱 챙겼습니다. 그리고 중간중간 젖은 발 닦아 줄
수건도 꺼내 들고, 등산화는 허리색에 장착

하~ 그런데 이 바보야 물을 안 챙겼잖아 ㅎㅎ
괜찮아~ 중간에 백 년 약수터에서 한 모음 마시면 되잖아 ~ 음용수 적합이다.
그래, 차로 되돌아가면 시간도 그리고 맨발 하기 싫어질 수 있겠다. 그냥 고고
하지만 등린이 분들은 되돌아가셔서 물 꼭 챙기세요. 탈진합니다.


저, 찐프로가 양평 용문산 끝자락 백운봉, 한국의 '마터호른'을 4년 전 알게 되었고 그때부터 봄 여름 가을 겨울 쭉 함께 했기에, 저에게는 친구 같은 존재입니다. 나름 잘 안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아주 다른 감각을 느껴보는 날입니다. ㅎㅎ 발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 같거든요
"아우~ 이 추운데 맨발로 오르세요? 저 위에 눈도 많은데..."
"(진짜 걱정하는 눈빛) 고맙습니다. 조금만 하다가 신발 등산화 신을 거예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네 조심하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하산하시는 한분이 말을 걸어오셨습니다 덕분에 한고비 넘겼습니다
'앗 목재 계단이닷' 오늘 햇살이 비추니, 저기는 눈도 녹아 있고 괜찮겠지?
공룡능선에서도 목재 계단이 절 살린 기억이 있어 반가웠습니다.
하지만,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습니다


오르면서 발도 주물러 주고, 잠깐 나오는 바위, 흙 위를 밟으며 살짝살짝 피해 올랐지만
계단 위는 얼음을 갈아서 쫘악 깔아주신 덕분에, 따갑다 못해 발등이 얼얼해집니다
첫 번째 고비가 왔습니다.
이번에는 목재 평상이 저를 살렸습니다. 얼른 수건으로 발바닥 물기 닦아주고 주무르기


그리고 정상까지 숨은 주인공은 바로 등산화입니다.
이때부터 전략은 중간중간 등산화 위에 올라타 발 주무르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기서 멈춘다고 누가 뭐라고 할 사람 없어. 그냥 신고 편하게 가
강한 햇살에 눈도 얼음도 녹아서 점점 미끄러운데
'그만하라고? 싫어 조금더 할 수 있다고'


누구 보여줄라고, 돈 준다고 이 짓을 하겠습니까? 이렇게 고통스러운데
다만, 저 찐프로는 24년부터 완전히 다른 삶을 선택했고, 인생 전환점을 마련하고 걸어가고 있습니다.
마치 20년 넘게 오른 산을 내려와, 새로운 산에 접어든 것처럼요
앞으로 펼쳐질 고난 역경 어려움 앞에 주저앉기 싫습니다.
오늘은 그냥 내 한계를 한번 넘어 보는 것이다. 끝.
한겨울 맨발, 저의 물리적인 한계는 이랬습니다.
동네 뒷산 영하 8도 35분 왕복 거리 3.5km 상승고도 110m
하지만 백운봉(해발고도 940m)은 주차장에서부터 정상까지 순 상승고도 750m가 넘고,
왕복거리 6km. 좋은 계절 맨발로 올랐어도 정상까지 1시간 40분. 그런데 오늘은 눈길 얼음판에 맨발.
오늘 딱 하나 유리한 점은 해가 좋아 영상 기온이라는 것.


해 보신 분은 아십니다. 한겨울 맨발하면 불과 몇 분 만에 온몸이 땀에 젖습니다. 겨울 야외 활동에서 큰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온몸은 땀에 쩔었고, 갈증이 났습니다.
백년약수터 음요수 수질검사서를 보니 음용적합입니다. 고맙습니다
시원하게 한잔(?) ㅋ 들이키니 너무 좋습니다.


갈증은 곧 해소될 것이고, 조금 더 앉아서 발을 열심히 주물러 주었습니다
아주 긴 계단이 나타날 것이니까요, 겨울왕국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Let it go~ Let it go~~ o'
발이 금세 달아오르니 여유가 생기는 듯했습니다만 속으로는 걱정이 됐습니다.
사실 여기까지는 시작에 불과하고 헬기장 지나 바람 강한 능선 길을 통과해도 400미터 급경사 구간이 남았으니까요


헬기장 이정표 지나서는 맨발로 뛰었습니다.
방금 말씀드린 바람 강한 능선길은 아래와 같습니다.
눈이고 경치고 이제는 또 하나 넘어야 할 고비일 뿐입니다.


가다가 멈추고 가다가 쉴 수밖에요. 발목 아래가 전부 얼어버린 느낌. 등산화에 올라탑니다. 하


이때가 가장 큰 고비였습니다. 맨발은 1시간, 주차장에서 여기 형제우물 이정표까지 1시간 20분
이제 정상까지 거리로 400미터 남았지만, 본격적인 급경사 암릉길은 이제 시작입니다.



발아 발아 할 수 있겠니? 온기가 돌아옵니다. 할 수 있다
저 멀리 두 명의 산객이 오르고 있습니다. 따라잡자. 중간 목표가 생겼습니다. 다시 고 go
이때 하산 중이 한분이 놀란 웃음으로 인사합니다
"이 추운데 맨발로 오르시네요 ㅎㅎ 발 시려우시죠?"
"네 말도 못 하게 시렵습니다. ㅎㅎ"
"그런데 왜 맨발로 오르세요"
"중독돼서 그렇습니다. 한번 넘어 보려고 합니다" (마음속 : 내 한계를 넘어서는 중입니다, 사실 한계점은 넘었고요)
서로 새해 인사하고 조심히 내려가세요 조심히 다녀오세요
그렇게 등산화 위에서 발 주무르면서 휴식. 끝


그렇게 한 명 지나치고, 핑크색 계단 앞에서 또 한 명 지나서
예상대로 멋진 경치로 보상받습니다.
이곳 계단에는 앉을 수 있는 큰 돌이 있습니다. 여기서 휴식을 좀 더 취합니다. 발도 열심히 주무르고요



할 말이 없네~ 캬하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바닥 미끄럽기도 말이 필요 없었습니다.
조심 또 조심


난간 줄 잡고, 스틱 찍고, 아주 천천히 조심스럽게 오를수록 발바닥 감각은 무뎌져만 갑니다


여기서 마음이 바뀌었습니다. 할 수 있다가 아니라 해낸다
그리고 8살 등산견 까망이와 견주 되시는 분을 만났습니다.
아이고 이 추운데 맨발로 오르시네요?
네 제 한계를 넘어 보고 있습니다.
이제 다 왔어요. 조심히 오세요
네 먼저 올라가세요. 저는 발 조금만 더 녹이고 오르겠습니다.


이제 마지막 계단을 오르면 정상입니다.


정상에 계신 분들께
웃으며 호들갑스럽게 벤치에 앉게 해달라고
했어요 ㅋㅋ 진짜 후다닥 양말 등산화 신고 싶었습니다
맨발로 오른 저를 보고 놀라시고
기꺼이 자리도 양보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저보다 훨씬 연배이신데 정상에서 즐기다 내려가시는 모습을 보니
지금 나의 모습은 '젊은날 취기' 같기도 하고
그러네요.
꾸준히 산을 오르고 자신을 관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뭐 그런 말도...

그럼 멋진 운해 담은 영상도 보시고요
몸도 발도 다 따뜻해지고
이제 편안한 마음으로 저 멀리 용문산 주봉
가섭봉을 바라보니

역시나 맨발로 백운봉부터 암봉 함왕봉 장군봉 거쳐 가섭봉 찍고 돌아왔던 추억이
떠 올랐습니다

참 힘들었는데 좋았습니다
올해는 누군가 함께 걸어 보고 싶기도 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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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화 신은 모습보시니 이제 마음 놓이시나요? ㅎㅎ
발은 후끈후끈 말짱합니다

낮기온과 따뜻한 햇살로
오를 때도 미끄러워서
맨발로 내려가는 것은 정말 미친 짓 ㅎㅎ
8살 까망이와 함께 내려갑니다

8살 까망이 숨소리가 헉헉 합니다

까망이 아버님(견주) 말씀으로
같이 종주 산행도 많이 했었는데 이제는 못하고 오랜만에 함께 오르신 거라고...

아쉬움에 잠시 들립니다

열심히 내려와 머리도 발도 시원하게


발은 빨갛게 변했지만 아리지 않아요
이미 더 큰 고비를 넘어왔기에
개운합니다.


24년 1월 1일 내 자신의 한계를 또 한 번
넘어 본 날로 기록됩니다.
오늘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편안한 저녁시간 보내세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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