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가 생각납니다. 늘 떠오릅니다
제가, 1년에 한 번 꼭 하는 인내심 한계 도전, 제 자신을 넘어보는 시간을 갖는데요.
등산을 자주 하지 않는 분들도, 설악산 하면 대청봉, 공룡능선, 울산바위는 들어보셨을 텐데요. 제가 이 3곳 설악산 쓰리픽스(3 Peaks)라 이름 짓고 에 맨발로 안겨본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이 챌린지 혼자서 잘 마무리했습니다.
우선, 가장 극강의 고통과 인내가 필요했던 '공룡능선' 맨발 등산, 맨발 걷기는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에서 출발,
비선대 거쳐 마등령 오르고,
공룡능선을 넘어 천불동계곡길로
내려오는 22km 코스입니다.
제가 이 코스, 즉 공룡능선을 넘고 소청봉 중청봉을 지나 대청봉 찍고 천불동계곡길로 내려오는 28km 당일 산행도 두번 해보았었는데요.
이번 공룡능선만 '맨발 걷기'는 상상초월, 태어나서 이렇게 힘든 산행은 처음 해봤습니다.
이 안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행복한 경험도 했습니다. 모두 맨발이 준 기쁨과 고통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공룡능선 전체 코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몇 장면 소개드립니다.
1. 마등령 칼바위, 날세운 자갈길
보통 공룡능선은 최소 1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새벽에 출발합니다.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는 평탄하게 3km 정도 걸으면 되고, 본격적인 산행은 비선대부터, 여기부터 맨발시작, 마등령 삼거리까지 총 4시간 걸렸는데요, 초반 2시간 정도는 경사가 심해서 그렇지 할만했었지요
위 사진 보시면, 비선대~ 마등령삼거리 구간
마등령에서~공룡능선~ 희운각대피소까지
'선 색깔이 검정'인 것을 보실 수 있는데요
진한 색일수록 경사도 심하고, 거칠고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2.7km 이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이때는 무념무상 경사만 심할 뿐
다른 산 등산로와 발바닥 느낌은 비슷
저도 공룡능선 맨발은 처음이라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못 했지요. 꿈에도 몰랐던...
바로 아래 사진, 여기부터
경계선입니다. 설악산이 경고를 합니다.
감히 맨발로 넘겠다고?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포기하게 만들어주겠어"
하~ 등산화 신고 넘을 때는 몰랐습니다.
21년, 22년 두 번이나 지나간 길이지만
맨발은 한없이 숙연해질 뿐입니다.
그런데, 이제 시작이라는 것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지요
그래도, 아직은 의지가 있습니다.
'할 수 있어'
딱 여기서 생각났어요
등산화 신고 다닐 때, 산행후기 올리면서
이래서 등산화 신어야 한다 했던 제 말이...
그래도 '할 수 있다'
'넘어서 뒤 돌아보면 별것 아니다'
이 말을 수십 번 하게 됩니다.
그나마 이 때는 경치라도 눈에 들어오고
겨우 2시간 경과, 660미터 올랐으니
발바닥도, 정신줄도 '버티기' 들어갔지요.
엄청나게 온 거 같지만, 늘 그렇듯이
한걸음 한걸음 오르는 수밖에요
찰나의 시간이 이런 걸까요?
흙 위에서 계속 서 있을 수 없으니
또 몇 걸음 옮기기 무섭게, 쫘악 펼쳐진
제가 선택했지만, 하 심하다
'내가 이 칼날 같은 자갈길' 넘어갈 수 있을까
겨우 겨우 지나왔는데
지금껏 보지 못한
너덜길이 또 펼쳐집니다.
제가 준비과정에서 꽤 많은 산들을 맨발로 넘어봤는데요. 이 마등령길은 그냥 달랐어요
경사도 경사고, 깔려있는 돌 크기, 찌르기 정도까지, 역대급.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나 봐요
저 진흙이 저를 구했어요
시원하고, 부드러운 저 1 평남짓, 흙 위에서
잠시 마음의 안정도 찾고, 물도 마시고
'정신 차리자' 또 '할 수 있다' 외치지만
등산객 몇 분과 가볍게 인사
그리고 모두 빠르게 사라져 갔을 때
느린 맨발이 야속하고
배낭에 매달린 샌들 신고 싶었어요
네가 스스로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비선대에서 벗고, 비선대에서 신는다."
이 이정표에서 잠시 마음 흔들림이
잡혔어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붉은 병꽃나무 : 꽃말은 전설
드디어 느낌이 옵니다.
경계를 넘었다
내 한계, 첫 번째 관문을 넘었다는 것을
여기만 넘으면...
바위가 짧아서 다행입니다.
뒤 돌아본 경치는 그야말로
눈이 시리게 시원합니다만
너무 힘들어서
철퍼덕 주저앉아 멍해질 무렵
갑자기 나타나, 제 발 잡으며
잠시 위안이 되어준 다람쥐
하지만
'내가 가진 달달한 것은 널 아프게 한단다'
'내년에 꼭 챙겨 올게, 미안'
그렇게 다람쥐도 마저도 떠나고
혼자 남은 찐프로
발바닥이 아주 신경질이 났습니다
지금껏, 맨발로 산에 오르며
인공구조물이 불편하네 어쩌네 했던
말 모두 취소합니다
이번에는 계단이 절 살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3년째 각인되는 풍경에
잠시, 기쁨을 누립니다.
첫 번째 고비 잘 넘겼다. 잘 이겨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젠 말이 없습니다. 꾸역꾸역
올라와 뒤 돌아보니
또 잠시 멈춤
휴식 겸 대기
등산화 신었을 때보다 1시간 더 걸리는군요
1116m 상승, 7.5km, 4시간 10분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끊어 갈 수밖에요
다음 편 '인생샷, 솜다리 에델바이스, 재미난 산객님들과 대화'
'공룡능선의 실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좋은 날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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