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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 달리기 등산

설악산 공룡능선 등산코스 맨발등산 맨발걷기 Part1. ft.맨발러너 찐프로

by Jjin찐프로 2024. 5.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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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가 생각납니다. 늘 떠오릅니다
제가, 1년에 한 번 꼭 하는 인내심 한계 도전, 제 자신을 넘어보는 시간을 갖는데요.

등산을 자주 하지 않는 분들도, 설악산 하면 대청봉, 공룡능선, 울산바위는 들어보셨을 텐데요. 제가 이 3곳 설악산 쓰리픽스(3 Peaks)라 이름 짓고 에 맨발로 안겨본 이야기입니다.
결론적으로는 이 챌린지 혼자서 잘 마무리했습니다.



우선, 가장 극강의 고통과 인내가 필요했던 '공룡능선' 맨발 등산, 맨발 걷기는

설악산국립공원 소공원에서 출발,
비선대 거쳐 마등령 오르고,
공룡능선을 넘어 천불동계곡길로
내려오는 22km 코스입니다.

제가 이 코스, 즉 공룡능선을 넘고 소청봉 중청봉을 지나 대청봉 찍고 천불동계곡길로 내려오는 28km 당일 산행도 두번 해보았었는데요.

이번 공룡능선만 '맨발 걷기'는 상상초월, 태어나서 이렇게 힘든 산행은 처음 해봤습니다.

이 안에서 많은 분들을 만나고 이야기 나누고 서로 격려하고 응원하는 행복한 경험도 했습니다. 모두 맨발이 준 기쁨과 고통이었다고 할 수 있지요.

공룡능선 전체 코스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몇 장면 소개드립니다.

1. 마등령 칼바위, 날세운 자갈길
보통 공룡능선은 최소 12시간 이상 걸리기 때문에 새벽에 출발합니다.

3시12분 소공원 매표소 출발, 입장료X, 주차비 대당 1만원
비선대에서 맨발 시작

소공원에서 비선대까지는 평탄하게 3km 정도 걸으면 되고, 본격적인 산행은 비선대부터, 여기부터 맨발시작, 마등령 삼거리까지 총 4시간 걸렸는데요, 초반 2시간 정도는 경사가 심해서 그렇지 할만했었지요

마등령 삼거리 이정표, 공룡능선 진입 전

위 사진 보시면, 비선대~ 마등령삼거리 구간
마등령에서~공룡능선~ 희운각대피소까지
'선 색깔이 검정'인 것을 보실 수 있는데요
진한 색일수록 경사도 심하고, 거칠고 힘들다는 의미입니다.

2.7km 이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2.7km 이제 고통과 인내의 시간이 시작됩니다.

돌계단은 부드러움

이때는 무념무상 경사만 심할 뿐
다른 산 등산로와 발바닥 느낌은 비슷

아직은 잔잔한 느낌

저도 공룡능선 맨발은 처음이라 이 정도 일 줄은 상상도 못 했지요. 꿈에도 몰랐던...

멋진 일출

바로 아래 사진, 여기부터
경계선입니다. 설악산이 경고를 합니다.
감히 맨발로 넘겠다고?

경고, 넘지말라는 경계선

"후회하게 만들어주겠어. 포기하게 만들어주겠어"

날이 밝아오면서, 넘어야할 공룡능선이 눈에 들어옵니다. 무섭습니다.

하~ 등산화 신고 넘을 때는 몰랐습니다.
21년, 22년 두 번이나 지나간 길이지만
맨발은 한없이 숙연해질 뿐입니다.

자갈자갈합니다.

그런데, 이제 시작이라는 것

칼날 같은 자갈길

처음엔 그냥 그러려니 했지요

저기 공룡능선 대청봉

그래도, 아직은 의지가 있습니다.
'할 수 있어'

딱 여기서

딱 여기서 생각났어요
등산화 신고 다닐 때, 산행후기 올리면서
이래서 등산화 신어야 한다 했던 제 말이...

하~ 한숨만

그래도 '할 수 있다'
'넘어서 뒤 돌아보면 별것 아니다'
이 말을 수십 번 하게 됩니다.

뒤 돌아보니, 기가찹니다.

그나마 이 때는 경치라도 눈에 들어오고

참 아름다워요

겨우 2시간 경과, 660미터 올랐으니
발바닥도, 정신줄도 '버티기' 들어갔지요.

등산시작, 겨우 2시간 지남

엄청나게 온 거 같지만, 늘 그렇듯이

21년 22년에는 지나쳤던, 계곡 뷰~ 와우

한걸음 한걸음 오르는 수밖에요

잠시 흙 위에서 마음의 안정도 찰나

찰나의 시간이 이런 걸까요?
흙 위에서 계속 서 있을 수 없으니
또 몇 걸음 옮기기 무섭게, 쫘악 펼쳐진

잔혹했어요

제가 선택했지만, 하 심하다

잠깐 나온 낙엽은 양탄자 느낌

'내가 이 칼날 같은 자갈길' 넘어갈 수 있을까

숨이 막혀 왔어요. 질렸다고 할까요

겨우 겨우 지나왔는데
지금껏 보지 못한
너덜길이 또 펼쳐집니다.

한걸음 한걸음 조심조심

제가 준비과정에서 꽤 많은 산들을 맨발로 넘어봤는데요. 이 마등령길은 그냥 달랐어요
경사도 경사고, 깔려있는 돌 크기, 찌르기 정도까지, 역대급.

진흙이 절 살렸어요

사람이 죽으란 법은 없나 봐요
저 진흙이 저를 구했어요
시원하고, 부드러운 저 1 평남짓, 흙 위에서
잠시 마음의 안정도 찾고, 물도 마시고

참 더딥니다

'정신 차리자' 또 '할 수 있다' 외치지만

한 없이 느려지는

등산객 몇 분과 가볍게 인사
그리고 모두 빠르게 사라져 갔을 때
느린 맨발이 야속하고
배낭에 매달린 샌들 신고 싶었어요

이 짧은 거리를 1시간이나

네가 스스로 한 약속은 지켜야 한다
"비선대에서 벗고, 비선대에서 신는다."

1km 남았데요 마등령삼거리

이 이정표에서 잠시 마음 흔들림이
잡혔어요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조금만 더 가면

조금만 더

붉은병꽃나무 : 꽃말은 전설

붉은 병꽃나무 : 꽃말은 전설

드디어

드디어 느낌이 옵니다.
경계를 넘었다
내 한계, 첫 번째 관문을 넘었다는 것을
여기만 넘으면...

어떻게? 싶지만 차분히 자세히 한발한발 길이 보입니다.

바위가 짧아서 다행입니다.

와~한고비 넘었다

뒤 돌아본 경치는 그야말로
눈이 시리게 시원합니다만
너무 힘들어서

내년에 꼭 너 먹을거 챙겨올께 ~ 약속.


철퍼덕 주저앉아 멍해질 무렵
갑자기 나타나, 제 발 잡으며
잠시 위안이 되어준 다람쥐
하지만
'내가 가진 달달한 것은 널 아프게 한단다'
'내년에 꼭 챙겨 올게, 미안'

경치도 바닥도 기가막힙니다.

그렇게 다람쥐도 마저도 떠나고
혼자 남은 찐프로

발바닥이 아주 신경질이 났습니다

구세주

지금껏, 맨발로 산에 오르며
인공구조물이 불편하네 어쩌네 했던
말 모두 취소합니다

이번에는 계단이 절 살립니다.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매년 그리워지던 그 모습 그리고 고난 역경은 이제 시작이여요

3년째 각인되는 풍경에
잠시, 기쁨을 누립니다.
첫 번째 고비 잘 넘겼다. 잘 이겨냈다.

왕철쭉
우뚝한 세존봉과 동해바다
드디어 중앙에 공룡능선 전체와 1시방향 중청봉, 대청봉이 보입니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젠 말이 없습니다. 꾸역꾸역
올라와 뒤 돌아보니

너덜길을 맨발이 또 이겼습니다.

또 잠시 멈춤

대기 대기

휴식 겸 대기

마등령삼거리 이정표

등산화 신었을 때보다 1시간 더 걸리는군요
1116m 상승, 7.5km, 4시간 10분

소공원에서~ 마등령삼거리까지 기록

아무래도
이 이야기는 끊어 갈 수밖에요
다음 편 '인생샷, 솜다리 에델바이스, 재미난 산객님들과 대화'
'공룡능선의 실체'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좋은 날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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